유치원 친구 관계,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독립해야 하는 이유
유치원에 처음 보내고 나서 아이가 "엄마, OO이가 나하고만 안 놀아줘"라는 말을 반복하면 부모 마음이 무너집니다. 선생님께 전화라도 해야 하나,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치원 현장에서 일하면서 본 건,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불안해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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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친구 사귀기 |
관찰 시간이 먼저, 성공 경험은 그 다음
유치원 첫 1~2주는 아이에게 '관찰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누가 어떻게 노는지, 선생님은 언제 뭐라고 하시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거든요. 이때 부모가 "왜 친구 안 만들어?" 하고 재촉하면 아이는 오히려 위축됩니다. 저는 제 아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만 타고 있어도 일부러 아무 말 안 했습니다. 대신 "오늘 그네 탔구나, 재미있었어?" 정도로만 물었죠.
친구 사귀기도 걸음마처럼 '짧은 성공'을 반복해야 합니다. "안녕" 한마디 건네고 상대가 웃어주는 것, 블록 하나 같이 쌓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일부 전문가들은 "인사부터 가르치세요"라고 조언하는데, 저는 실제로 써보니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인사 한 번 주고받고 나면 아이 표정이 확 달라지거든요.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나 이거 좋아해"라는 말도 나오고, "같이 놀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엄마 역할: 비교 대신 회복 시간
하원 후 30분은 아이에게 회복 시간입니다. 유치원에서 5~21명과 함께 지내는 건 어른으로 치면 회사에서 하루 종일 회의만 하는 것과 비슷해요. 저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 말 하기 싫잖아요. 그런데 아이한테는 "오늘 뭐 했어? 친구는? 밥은? 선생님은?"이라고 연달아 물어봅니다. 이건 유도 신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엄마들 모임 같은 건 따로 안 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아이를 통해 누군가를 사귀는 게 쉽지도 않고, 굳이 엄마들끼리 친해져야 하나 싶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유치원 때 한 엄마를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제가 인사했는데 씹히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 아이한테 "민수 친한 친구니?"라고 묻는 거예요. 유치원 생이 친하면 얼마나 친하고, 또 안 친하면 인사 못 하나요? 그 후로도 놀이터에서 한 번도 먼저 인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엄마가 저희 가족을 자기네 집에 초대했어요. 같은 단지에 사니까 딱 거절할 수도 없어서 한 번 갔고, 저도 답례로 한 번 초대했습니다. 그게 다였는데, 그 후로 수시로 "같이 어디 가실래요? 맥주 마실래요?"라며 모임을 주도하더라고요. 전부 거절했습니다. 두 번 만나면서 본 건, 남 얘기 좋아하고 은근 호구 조사하며 과잉 보호하는 모습이었거든요. 예를 들어 놀이터에서 한 학년 높은 형이 와서 같이 놀면 "너는 학년도 다른데 왜 여기서 노니?"라며 형을 못 놀게 했습니다.
- 하원 후 첫 30분은 조용히 회복 시간 주기
- 질문은 한 가지만: "오늘 재미있었어?"
- "다른 애들은 잘하던데" 같은 비교 멘트 절대 금지
- 아이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
그 엄마는 결국 제 아이랑도 못 놀게 하더라고요. 제 아이가 놀이터 가면 바로 "민수야 가자" 하고 들어가고, 그 아이가 제 아이랑 놀고 싶다 해도 싫은 티 내면서 아이를 끌고 갔습니다. 진짜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뭔 말을 하나 싶었습니다. 엄마가 되니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적응 팁: 루틴과 긍정 언어
유치원 첫 1~2주는 등원·하원 루틴을 짧고 반복적으로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아침에 "가방 메고 → 신발 신고 → 엄마랑 손잡고 → 교실 문 앞에서 선생님께 인사" 이 네 단계만 지키는 거예요. 여기에 "오늘 간식 뭐 먹을까?" 같은 질문 하나 더하면 과부하입니다. 루틴을 단순화하면 아이는 예측 가능한 흐름 속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친구에게 다가가게 하세요"라고 조언하는데, 저는 실제로 써보니 그건 아이 성향에 따라 다릅니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한테 "먼저 가서 인사해"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거든요. 대신 부모가 먼저 다른 부모나 선생님께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아이는 부모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합니다.
긍정 언어도 중요합니다. "친구 안 생기면 어떡해?"가 아니라 "오늘 누구랑 놀았어? 재미있었겠다!"로 바꾸는 거예요.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긍정적 태도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저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늘 최고였어!"라는 말부터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환한 미소로 대답하더라고요.
문제 상황 대처: 선생님과 상담 먼저
아이가 "OO이가 나만 안 놀아줘"라는 말을 반복하면, 부모는 먼저 선생님과 상담해야 합니다. 유치원 현장에서는 연령에 따라 5~21명의 유아를 동시에 살피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본 장면과 선생님이 본 장면이 다를 수 있거든요. 저는 아이가 "친구가 블록 집을 부쉈어"라고 말하면, 먼저 "그랬구나, 속상했겠다"라고 공감한 뒤, 다음 날 선생님께 조용히 여쭤봤습니다. 대부분 "함께 놀다가 실수로 넘어뜨린 거였어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부 부모들은 "엄마가 대신 OO한테 나랑도 놀라고 얘기해줘"라고 아이가 부탁하면 바로 개입하는데, 이건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기회를 빼앗는 겁니다. 대신 "네가 직접 'OO야, 나랑 놀자'라고 말해볼까?" 하고 연습시키는 게 낫습니다. 물론 폭력이나 따돌림 같은 심각한 문제는 즉시 선생님께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안 놀아줬다"는 이유로 기관을 옮기는 건 과한 대응입니다. 겨우 적응 기간을 마친 아이가 새로운 기관에 가면 또다시 같은 시간을 견뎌내야 하거든요.
정리하면, 유치원 첫 친구사귀기는 부모의 인내와 아이의 관찰 시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아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 타는 모습을 보면서도 참았고, 그 결과 아이는 스스로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급하게 결과를 바라지 마세요. 아이는 걸음마처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친구를 만들어갑니다. 부모가 할 일은 비교하거나 재촉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것뿐입니다.
